막내와 엄마 이야기
지난주에 막내동생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막내는 멋부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경멸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6학년의 조숙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반의 덩치 큰 아이들이 막내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막내는 그 아이들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에 상처받는 일도 없었고 나름대로 친구들도 많은 편이어서 신경쓰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마주치는 엄마 입장에서는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교실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막내를 두고, 개중 ‘못된’ 아이가 자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다 이름을 거론하며 십원짜리 욕과 함께 “찌질하다” “나댄다” 라는 내용의 욕을 써둔 것을 엄마가 혼자서 발견했다고 한다. 그 ‘못된’ 아이 무리의 리더 격인 여자애는 막내 반의 반장인데 공부도 잘해서 반 아이들이 무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집에 있을 시절에는 막내의 학부모회의도 엄마와 함께 참석했을 정도였으니 졸업식이야 나는 당연히 가는 자리지만, 엄마는 나름대로 자존심을 세우는 자리였을 것이다. 늦둥이 엄마로서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엄마인데 막내가 같은 반 아이들에게 (비롯 뒷담화지만) 그런 소리를 들은 것이 자존심에 상처가 된 것 같다. 졸업식에는 ‘노는 애들’과 못된 반장년의 엄마들도 다 올 터였다. 우리 엄마는 서울대 다니는 큰딸과 예쁜 작은딸이, 막내에게 실드가 되어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날 얇은 스타킹과 하이힐을 차려신고 화장을 빡세게 했다. 평소에도 잘 꾸미고 다니는 둘째는 고데기를 앞머리에도 하고 속눈썹에도 했다.
초등학교 졸업식이다 보니 대학생 언니들은 많지 않아서, 대학생 수준으로 꾸민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눈에 띄기는 했다. 나는 일부러 제일 뒷줄에 서 있는 키큰 막내한테로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막내는 친구도 많았다. 야! 사진찍자! 하면서 오는 아이들이 이 제법 있었다. 아마 우리 세 자매 중에서는 친구가 제일 많을 것이다.
‘못된 반장년’과 그 애의 엄마도 만났다. 그 애의 엄마는 학부모회 회장이다. 학부모회라는 것 안에서도 묘하게 기싸움이 심한 것 같다. 반장 엄마는 회계를 원래 하던 사람이 아닌 자기와 친한 사람에게 맡기려고 다른 학부모들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 로비를 했다고 한다. 아이들 편가르기만큼이나 엄마들 편가르기도 드라마틱하다.
막내는 자기 앞에 서 있던 친구가 “너네 언니 진짜 이쁘다”고 했다고 좋아한다. 힐 신고 화장하고 좀 젊으면 초등학생한테야 다 이뻐 보이겠지.. 그렇지만 “예쁜 언니”가 둘이나 있다고 하는 이미지가 생기면 막내가 안 꾸며서, 피부가 까매서, 옷을 못 입어서 뒷말을 듣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아직 학생인 언니는 이 정도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엄마는 자존심을 좀 세운 모양이고, 막내도 언니 둘에 아빠에 이모 식구에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보러 와주니 기가 선 것 같다.
나와 둘째와 막내는 모두 같은 여중 출신이 될 것이다. 막내도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입었던 교복과 똑같은 것을 막내가 입었다. 나는 엄마와 언니의 중간 마음이 되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뭘 하려고 할 때 하지 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엄마는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 속에서 자라 왔던 탓인 것 같다. 많은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엄마도 자식이 전부일 것이다. 나보고는 자기처럼 자식만 보고 살지 말라면서…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나를 다스리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지막으로 맞거나 혼나 본 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 사춘기를 겪고, 입시를 겪고, 혼자 떨어져 서울에서 살면서 엄마와 얘기가 적어졌다가, 이제 졸업이 다가오고 사회에 나갈 즈음이 되니 할 말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게, 무엇보다도 우리 엄마는 정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항상 내 편이라는 것이다. 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거나 잘난 척을 해대도 우리 엄마는, 핀잔은 주지만 결국은 내 편이다. 엄마는 얼마 전 내 생일에 편지를 써 줬는데, 나를 두고 “엄마의 심장 같은 내딸아” 라고 했다. 사회진출이 겁이 나서 징징대고 덜덜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 또 다른 새로운 세계에서 니가 참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고 했다. 날더러 예쁘게 잘 자라줘서 고맙단다. 엄마 예쁘게 키워줘서 고마워. 우리 엄마는 정말로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도 엄마가 정말로 행복하기를 바란다.